拂塵除垢:쓸고닦는 매 일 매 일










그저께 코렐 페인터를 깔았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연습하는 중.
컴퓨터로 작업할때 최고의 장점은 역시 컬러 픽킹이 쉽다는 점이다. 팔아프게 물감 섞는 대신 상상하거나 눈으로 보고 대충 괜찮다 싶은 색을 팔렛에서 찍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물감 값도 안 들...)
드로잉만큼 세련된 페인팅,
페인팅만큼 단단한 드로잉.
을 추구.
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뱀 같은 거라서
둘다 나아지려면 둘다 번갈아 바라봐야 한다.
연습량은 각기 다를 지언정, 어느 하나만 치우쳐서 대하면 금세 그림이 얄팍해지고는 한다.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서 형상을 바라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 길로 통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까지는 그 차이를 하나씩 더듬어 가는 것이 즐겁다.
빛을 색의 덩어리 그대로 보고 옮기는 것은
내가 유화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접근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파블로 피카소는 가난한 사람처럼 사는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었고
마르셀 뒤샹은 존재 증명에 성공했고,
살바도르 달리는 감옥에서 뛰쳐나가 대 화가가 되겠다는 호언장담을 실천하였으나
나 같은 범인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 재능이니 돈이니 사상이니, 그런 문제까지 미처 생각조차 못 한다.
내가 그리는 세상과 나 사이에 다른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고,
다른 아무 것도 필요치 않게 된다.
오로지 좀 더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나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도 보고, 영단어도 외우고, 영화도 하고, 설계를 배웠고,
잘 지었다는 건물들 구경하러 다니는 김에 술도 좀 먹고 논문도 읽으며 살아 가지만
사실 그림을 통해 무슨 철학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좀 멋진 인간이 되어 보려는 것도 아니다.
첫 눈에 달고 예쁜 그림을 그리거나 같은 스타일을 반복하는 것도 일단은 지양하고 있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 비효율적이기 짝 없는 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아직은 연습해야 할 것이 너무나 너무나도 지긋지긋하다 싶을 만큼 많이 남아 있고, 배우는 입장 그대로-내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것은 숙성시키는 채로-지금은 염치를 지키며 살고 싶다.
내 그림은 고상하지도 특별히 세속적이지도 않고
남들이 어쩌다 보기에 기분 좋다면 나도 기분 좋을 정도다.
그저 물을 마시고 길을 걷는- 그런 기분이다.
다만 이런 소박함을, 방해받지 않고, 지켜 가고 싶다.
이런 나는 어딘가로부터 일관되게 도망쳐온 것인지,
꾸역꾸역 다가가는 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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