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바다에 침전식욕






1
오늘은 낮잠을 자다가 격렬하고 야한 꿈을 꾼 기념으로 오랜만에 일기를 써 본다.(?!)
상대방은 실제보다 더 아프게 마른 몸이었고 언짢은듯 두 눈 사이를 찡그리고 있었다. 먼 방향으로 돌린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는 어쩌다 생각난 것처럼 가끔씩만 소리를 냈다. 그래도 서로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제법 열중했던 걸 보니 꿈 속의 나는 그런 반응이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섹스보다 꿈 속의 두 사람이 누운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뼈만 남은 철제 침대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희지만 그다지 청결할 것 같진 않은 무겁고 얇은 시트가 깔렸고, 침대 옆 빈 바닥에는 콜라병에 시든 꽃이 두어 줄기 걸려 있어 그로부터 터무니없이 길다란 그림자를 떨어뜨렸다. 우리들 머리 맡으로는 벽 하나가 전부 창이었다. 밖은 밤이고 비가 내렸다. 빛은 전부 바깥으로부터 들어왔다. 창은 반투명한 갈색 플라스틱을 결이 지도록 얇게 압출한 것으로, 비가 내리는 바깥의 풍경이 세로 방향으로 어둡게 일그러졌다. 후미등이 빨갛게 번진 버스에서 검게 번진 사람들의 덩어리가 줄지어 내렸다. 자꾸 자꾸 내렸다. 그들은 신화에 나오는 뱀처럼 불길하게 길었으나 동시에 따스해 보였다. 창에 겹쳐진 나의 모습이 비쳤다. 나는 너를 일으켜 다시 반듯이 눕히고 손바닥으로 너의 갈비뼈 부근을 덮어 눌렀다. 어둠에 비친, 소리 없이 반동하는 두 개의 몸. 동그란 너의 정수리. 나의 것이 아닌, 부드러운 두 개의 귀. 나의 어깨. 고개를 들고 바깥의 투명을 바라보며 나는 눈꺼풀에 힘을 주었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표정은 다른 누군가를 내려다 보듯 평화로운 얼굴. 나의 얼굴.




2
요즘은 영 글로 쓸 만한 생각이 없다.
사실 사람이 불행할 때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현상은 내가 하루하루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제법 건강한 몸, 좋은 사람들. 그러니 감사할 말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음 그리고 내밀한 소망이 하나 있다면
바다에 가고 싶다.
사실 나는 바다를 보면서 좋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는데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춥고 무서운 바다도, 짠내나고 축축한 바다도 좋으니, 오래 기차를 타고 바다에 가고 싶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